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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이효석의 단편소설이다. 며칠 전부터 거리에 유숙하고 있는 순회극단의 단장의 딸인 여배우가 지난날 아침 여관 방에서 돌연 해산을 하였으나 달이 차지 못한 산아는 산후 즉시 목숨이 꺼져 버렸다는―근래의 소식을 우연히 아내에게서 듣고 나는 아침 내내 그 생각에 잠겼다. 여배우는 그 전날 밤까지도 무대에 섰다 하니 오랫동안의 불여의한 지방순회에 끌려 다니느라고 기차에 흔들리고 무대에 피곤한 끝에 그 참경을 당하였음이 확실하다. 어린 시체를 동무들과 함께 근처 산에 묻고 온 산아의 아비인 남배우는 울적한 심사를 못이기면서도 저녁 연극이 시작되려 할 때(낯설은 곳에 핏덩어리를 묻은 오늘 오히려 무대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누나) 탄식하고 그의 역편인 <아리랑>의 주연의 화장으로 힘없는 얼굴의 표정을 감추었다고 ..
이효석의 단편소설이다.

며칠 전부터 거리에 유숙하고 있는 순회극단의 단장의 딸인 여배우가 지난날 아침 여관 방에서 돌연 해산을 하였으나 달이 차지 못한 산아는 산후 즉시 목숨이 꺼져 버렸다는―근래의 소식을 우연히 아내에게서 듣고 나는 아침 내내 그 생각에 잠겼다.

여배우는 그 전날 밤까지도 무대에 섰다 하니 오랫동안의 불여의한 지방순회에 끌려 다니느라고 기차에 흔들리고 무대에 피곤한 끝에 그 참경을 당하였음이 확실하다. 어린 시체를 동무들과 함께 근처 산에 묻고 온 산아의 아비인 남배우는 울적한 심사를 못이기면서도 저녁 연극이 시작되려 할 때(낯설은 곳에 핏덩어리를 묻은 오늘 오히려 무대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누나) 탄식하고 그의 역편인 <아리랑>의 주연의 화장으로 힘없는 얼굴의 표정을 감추었다고 전한다.
저자 : 이효석
호는 가산(可山), 필명은 아세아(亞細亞). 1907년 2월 23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 출생.
1920년 경성제일고보에 입학하여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체홉 등의 러시아 소설을 탐독하면서 1년 선배인 유진오와 교우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0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34년부터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활동을 펼치다가 1942년 5월 25일 사망했다. 경성제대 재학중이던 1928년 『조선지광』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등단 직후 한동안 동반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우」(1929), 「깨뜨려지는 홍등」(1930), 「노령근해」(1930), 「북국사신」(1930), 「마작철학」(1930)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들은 이른바 제3기 프로문학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프롤레타리아의 이익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기교면에서의 열등성을 극복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프로문학의 전반적인 퇴조와 함께 그는 1933년 이무영‧유치진‧정지용‧이상‧김기림‧이태준 등과 순수문학을 표방한 구인회를 결성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작품세계를 추구한다. 즉 「돈(豚)」(1933)을 분수령으로 하여 그는 경향성을 버리고 자연을 배경으로 한 에로티시즘의 세계로 몰입하게 된다. 「돈」에서 작가는 식이의 애욕과 돼지의 그것이 동일선상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거니와, 이같은 경향의 작품에는 「분녀」(1936), 「산」(1936), 「들」(1936), 「메밀꽃 필 무렵」(1936), 「석류」(1936), 「화분」(1939) 등이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애욕의 묘사와 더불어 이국취향, 즉 엑조티시즘도 이효석 소설의 주요 성향으로 손꼽힌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동반자적 경향, 에로티시즘, 이국취향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도 그의 문학적 본령은 에로티시즘에 있는데, 성과 자연의 자연스런 대비와 융합이 시적인 문체와 세련된 언어, 서정적인 분위기의 형성으로 작품화되어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이효석은 한국의 1930년대 순수문학의 가장 빛나는 예술적 감동을 주는 소설가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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