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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 1-20장

'무영탑(無影塔)'에 있어서, 인물 설정과 그 형상화 과정과 시대와의 관계는 낭만주의적 감각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첫째 신라 통일기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경덕왕(景德王) 때의 이야기에서, 빙허(憑虛)는 예리하게도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허점을 제기하여 문제삼고 있다. 즉 견당 유학생(遣唐留學生) '금성'과 그의 아버지 '금시중'의 철저한 사대 사상과 부패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조적인 인물은 김양상(金良相)의 아우 '경신(敬信)'들로서, 사대 근성(事大根性)과 부패상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들과는 동떨어진 계층의 인물인 석공(石工) '아사달'의 설정에서 이야기의 기본적인 인물들의 융화(融和)와 갈등을 예시한다. 춘원(春園)의 안목에 의하면, 계층적으로 보아 반드시 상류 귀족이나 장상급(將相級)의..
'무영탑(無影塔)'에 있어서, 인물 설정과 그 형상화 과정과 시대와의 관계는 낭만주의적 감각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첫째 신라 통일기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경덕왕(景德王) 때의 이야기에서, 빙허(憑虛)는 예리하게도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허점을 제기하여 문제삼고 있다. 즉 견당 유학생(遣唐留學生) '금성'과 그의 아버지 '금시중'의 철저한 사대 사상과 부패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조적인 인물은 김양상(金良相)의 아우 '경신(敬信)'들로서, 사대 근성(事大根性)과 부패상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들과는 동떨어진 계층의 인물인 석공(石工) '아사달'의 설정에서 이야기의 기본적인 인물들의 융화(融和)와 갈등을 예시한다. 춘원(春園)의 안목에 의하면, 계층적으로 보아 반드시 상류 귀족이나 장상급(將相級)의 인물만이 역사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데 반하여, 빙허는 보잘 것 없는 석공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런 기본적인 관념의 이질성이 두 작가 사이에서 발견된다. 미완성된 작품 '흑치상지(黑齒常之)'만 하더라도 그는 계층의 안일(安逸)을 누리는 장수가 아니라, 국운(國運)을 회복하려는 애국자다. 인물 설정에 대한 두 작가의 태도의 차는 실상은 단순한 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작가 의식의 근본적인 이질성이라고 생각된다.
빙허(憑虛) 현진건은 1900년에 대구에서 우체국장인 현경운씨의 아들로 출생했다. 그는 일찍이 동경으로 건너가 세이죠 중학을 졸업하고 상해로 건너가서 호강대학의 독일어 전문부에서 공부하다가 귀국했다. 그리하여 1920년에 《개벽(開闢)》에 <희생화>를 처음으로 발표했다가 혹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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