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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잡기

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자네 음악회 구경 아니 가려나?" 저녁 먹던 맡에 상춘(相春)은 학수(學洙)를 꼬드겼다. 상춘은 사내보다 여자에 가까운 얼굴의 남자였다. 분을 따고 넣은 듯한 살결, 핏물이 도는 듯한 붉은 입술, 초승달 모양 같은 가늘고도 진한 눈썹, 은행 꺼풀같은 눈시울――여자라도 여간 어여쁜 미인이 아니리라. 그와 정반대로 학수의 얼굴은 차마 볼수 없이 못생긴 얼굴이었다. 살빛이 검기란 아프리카의 흑인인가 의심할 만하다. 조금 거짓말을 보태면 귀까지 찢어졌다고 할 수 있는 입, 장도리나 무엇으로 퍽퍽 찍어서 내려앉힌 콧대, 광대뼈는 불거지고, 뺨은 후벼 파놓은 듯 그 우툴두툴한 품이 마치 천병만마가 지나간 고전 전쟁터와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 미남과 추남의 표분이라고 할 만한 ..
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자네 음악회 구경 아니 가려나?"

저녁 먹던 맡에 상춘(相春)은 학수(學洙)를 꼬드겼다. 상춘은 사내보다 여자에 가까운 얼굴의 남자였다. 분을 따고 넣은 듯한 살결, 핏물이 도는 듯한 붉은 입술, 초승달 모양 같은 가늘고도 진한 눈썹, 은행 꺼풀같은 눈시울――여자라도 여간 어여쁜 미인이 아니리라. 그와 정반대로 학수의 얼굴은 차마 볼수 없이 못생긴 얼굴이었다.

살빛이 검기란 아프리카의 흑인인가 의심할 만하다. 조금 거짓말을 보태면 귀까지 찢어졌다고 할 수 있는 입, 장도리나 무엇으로 퍽퍽 찍어서 내려앉힌 콧대, 광대뼈는 불거지고, 뺨은 후벼 파놓은 듯 그 우툴두툴한 품이 마치 천병만마가 지나간 고전 전쟁터와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 미남과 추남의 표분이라고 할 만한 두 청년은 한고장 사람으로, 같이 ××전문학교에 다니는 터였다.

"오늘 저녁에 어디 음악회가 있나?"

"있구말구, 종로 청년회관에 학생 주최로 춘계 대음악회가 있다네. 종로로 지나다니면서 그 광고도 못 봤단 말인가. 참랄이지 이번 음악회는 굉장하다네. 그 학당의 자랑인 꽃 같은 여학생들의 코러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조선서 음악깨나 한다는 사람은 총출이라네. 그리고 그 나라에서도 울렸다는 프오크양의 독창도 있고, 또 요사이 러시아에서 돌아온 리니코라이의 바이올린 독주도 있고…….

"여보게, 그만 늘어놓게. 그만해도 기막히게 훌륭한 음악회인 줄 알겠네. 그러나 내가 어디 음악을 아는가. 내 귀에는 한다는 성악가의 독창이나 돼지 멱 따는 소리나 다른 것이 없네. 바이올린으로 타는 좋다는 곡조나 어린애의 앙알거리는 울음이나 마찬가지이데."
대구 출생. 호는 빙허(憑虛). 1918년 일본 동경 성성중학(成城中學) 중퇴. 1918년 중국 상해의 호강대학 독일어 전문부 입학했다가 그 이듬해 귀국.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특히 <동아일보> 재직시에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선수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1 년간 복역함. 이 사건 이후 서울 자하문 밖에서 양계를 하다가 실패하고, 폭음으로 얻은 장결핵으로 사망했다. 처녀작은 1920년 <개벽> 12월호에 발표된 <희생화>이고 주요 대표작으로는 <빈처>(1921), <술 권하는 사회>(1921), <타락자>(1922) <할머니의 죽음>(1923), <운수좋은 날>(1924), (1924), <불>(1925),< 사립정신병원장>(1926) <고향>(1922) 등과 함께 장편 <무영탑>(1938), <적도>(1939) 등이 있다.

그는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우리 나라 근대 단편 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이다. 전기의 작품 세계는 1920년대 우리나라 사회와 기본적 사회 단위인 가정 속에서 인간 관계를 다루면서 강한 현실 인식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했고, 그 때의 제재는 주로 모순과 사회 부조리에 밀착했었다. 그리고 1930년대 후기에 와서는 그 이전 단편에서 보였던 강한 현실 인식에서 탈피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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