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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 어둠 마약 검둥이

강경애의 단편소설이다. 산남, 어둠, 마약, 검둥이. 벅벅 할퀴는 소리가 있다. 문득 보니 교실문이 벙싯하였고, 개의 발이 방금 문을 할퀴는 중이었다. 검은 털 속으로 뿌하게 나온 발톱이란 칼끝보다도 더 예리해 보인다. 이스근해 문이 열리고 귀가 덥수룩히 늘어진 검정개 한 마리가 덥씬 들어온다. 구슬구슬한 털이랑 기름한 눈 하고 쀼죽히 튀어나온 주둥이며 뚱뚱하고도 늘씬한 허리가 일견 위풍이 느름하였다. 학생들은 눈이 둥그래서 바라보고 그 중에는 웃는 이까지 있었다. 칠판에 썼던 글을 지우던 K선생이 학생들의 웃음소리에 귀가 띄어 머리를 돌리니 검둥이가 꼬리를 치며 달려온다. 선뜻 반가운 맘이 드는 동시에 별안간 일어나는 분노는 자기로서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책상 위에 있는 채찍을 들어 개의 머리..
강경애의 단편소설이다. 산남, 어둠, 마약, 검둥이.

벅벅 할퀴는 소리가 있다. 문득 보니 교실문이 벙싯하였고, 개의 발이 방금 문을 할퀴는 중이었다. 검은 털 속으로 뿌하게 나온 발톱이란 칼끝보다도 더 예리해 보인다. 이스근해 문이 열리고 귀가 덥수룩히 늘어진 검정개 한 마리가 덥씬 들어온다. 구슬구슬한 털이랑 기름한 눈 하고 쀼죽히 튀어나온 주둥이며 뚱뚱하고도 늘씬한 허리가 일견 위풍이 느름하였다. 학생들은 눈이 둥그래서 바라보고 그 중에는 웃는 이까지 있었다.

칠판에 썼던 글을 지우던 K선생이 학생들의 웃음소리에 귀가 띄어 머리를 돌리니 검둥이가 꼬리를 치며 달려온다. 선뜻 반가운 맘이 드는 동시에 별안간 일어나는 분노는 자기로서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책상 위에 있는 채찍을 들어 개의 머리를 힘껏 쳐버렸다. 개는 껑충 뛰어오르면서도 피하려 하지 않고 여전히 K선생의 앞으로 달려든다. 설레설레 젓는 꼬리 끝에 잠깐 발린 흰 털이란 박꽃처럼 희다. 그러나 끝내 개는 껑껑 울면서 뛰어나갔다.
강경애(姜敬愛, 1906년 4월 20일 ∼ 1944년 4월 26일)는 일제강점기 여성 소설가, 작가, 시인, 페미니스트 운동가, 노동운동가, 언론인이다. 한때 양주동의 연인이기도 했다.

평양 숭의여학교에 입학했다가 동맹 휴학과 관련하여 퇴학당하고, 이후 동덕여학교에서 1년 정도 수학했다. 1924년 문단에 데뷔하였으나 여성 작가에 대한 혹평과 외면을 당하기도 했다. 1931년에는 조선일보에 독자투고 형식으로 소설 파금을 연재하였고, 잡지 《혜성 (彗星)》에 장편소설 《어머니와 딸》을 발표하였다. 1927년에는 신간회, 근우회에 참여하였고, 1929년에는 근우회 장연군지부의 간부로 활동했다.

1932년에는 간도(間島)로 이주, 잡지 북향지의 동인이 되었다. 이후 1934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장편 《인간문제》가 히트를 쳐서 명성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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