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과 보배는 아이를 유산한다. 아이를 맑은 물 위에 띄워달라는 보배의 말에 건은 아무데 버린들 다 일반 아니냐고 대꾸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보배에게서 어머니로서의 애정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건은 소원대로 하겠다며 보를 보고 다음으로 보배를 보았다. ‘눈의 착각으로 보배의 여윈 팔이 실오리같이 가늘어 보였다. 생활과 병에 쪼들려 불과 일 년에 풀잎같이 바스러져 버렸다. 눈과 눈썹이 원래 좁은 사이에 주름살이 여러 오리 잡혀졌다.’(235쪽) 건이 보를 들고 일어서려 할 때 보배에게 복통이 왔다. 유산을 하기 위해 책에서 얻어들은 대로 위산과 파자마 기름을 다량 복용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산에는 성공했지만 5개월에 가까운 아이를 유산했기 때문에 모체가 받은 영향이 큰 영향이 큰 모양이었다. 보배의 얼굴이 좀 평온하여진 것을 보고 건은 보를 들고 거리로 나간다. 버스에 타자 시선이 일제히 건에게 로 쏠렸다. 건은 시치미를 떼로 앉았다. 하지만 다리위에 섰을 때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였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효석은 1930년대 순수문학을 대표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효석은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 불안이 가중되는 시대의식이나, 민족의 수난 속에서 독립정신의 고취에는 무관심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효석의 작품은 크게 생활의 미화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형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인 소설로 나눌 수 있다.
이효석은 작품 초기에 <도시와 유령(幽靈)>과 같은 사회적인 성격의 소설을 창작하기도 하였으나, 이후에 <분녀(粉女)>, <산(山)>, <들>, <메밀꽃 필 무렵> 등, 생활의 미화나 들이나 산, 또는 자연으로서의 인간에게 던져진 생활에 의한 인간성의 원형을 부각 시키고, 생명의 신비성을 작품화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들>은 이효석 문학이 가지고 있는 자연친화적이며, 야성적인 힘의 세계를 동경하는 작가 정신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