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은 이인직의 1908년 작품으로 양반 사회의 부패를 비롯한 폐습의 타파와 고부간의 갈등을 형상화한 신소설이다. 이 작품은 상·하 양편으로 되어 있는데, 상편은 이인직의 작품으로 1908년에 출간되었으며 하편은 김교제의 작품으로 1911년에 출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악산>은 계모를 중심으로 한 가정 비극에다 개화 풍조가 함께 얽힌 작품으로, 그 주제는 계모를 둘러싼 고부간의 갈등, 갑오 경장 이후의 신·구 사조의 대립, 신교육 사상의 고취, 미신 타파 및 보복, 하층 계급의 반발 의식 등이 다각도로 다루어져 있다. 계모 문제의 비극성은 가부장제 하의 대가족 제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한국 가정에 있어서 항다반(恒茶飯)으로 가정 불화의 화근이 되어온 만큼, 이 문제는 문학 작품의 소재나 주제로서 고대소설 이후 거의 유형화된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재래적인 가정 비극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락해 가는 봉건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신교육의 필요성을 주장·실천하는 근대소설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인직의 문학적 태도는 신소설의 개척자로서 전영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1910년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고대소설로의 후퇴는 이인직에게는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바로 작가의 세계관에 적합한 새로운 창작 방법론을 마련하지 못한 데서 연유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인직이 겪은 지식인으로서의 파탄과 엄밀한 대응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또한 새로운 방법론적 고양을 이룩하지 못한 신소설이라는 양식이 겪어야 할 운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인직이 추구했던 민족사적인 문학관은 비극적인 시대에 있어서 문학이 가져야 할 중요한 세계관으로 인식하는 데는 일치하고 있다.
이인직(李人稙: 1862-1916)
경기도 이천 출생. 호는 국초(菊初). 도쿄 정치학교 수학. 1906년 <만세보> 주필. 1907년 <만세보>를 매입하여 <대한신문>을 창간. 이후 신파극 운동에 공헌. 그는 우리 근대 문학 운동에 이바지했으며, 고종의 내탕금을 출자 받아 <원각사(圓覺社)>를 창립하여 한국 근대 연극사의 선구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인직은 신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최초로 사실적 산문 문장을 구사하여 신소설 문학을 태동시켰으나, 친일 의식과 반민족 의식을 드러낸 작품을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혈의 누>(1906, <만세보> 연재), <귀의 성>, <은세계>, <치악산>, <모란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