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 누>에 이어 발표된 이 작품은 신소설의 초기 작품 중의 하나이며, <은세계>와 더불어 수작(秀作)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제나 사건의 참신성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으나, 작품의 저변에 흐르는 현실 의식, 저항 의식은 높이 살 수 있다. 즉, 갑오경장 이후 몰락해 가는 양반 계급의 가정적 갈등을 매개로 하여, 이에 대한 피지배 계급의 항거 등은 근대적인 문학 세계를 보여 준다. 신소설 가운데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한 이 작품은, 기법면에 있어서도 고대소설의 정석에 속하는 설화투가 없어지고 장면 묘사가 허두에 놓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동인이 그의 <한국 근대 소설고>에서 이미 그 문학사적 의의를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상당 부분이 근대소설의 한 단면에 속하는 묘사의 구체성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주요 인물들의 성격이 매우 뚜렷이 드러나 있다.
본래 이 작품은 1906년 10월부터 다음해 11월 5일까지 <만세보>에 연재된 후, 1908년 7월 25일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상권은 20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하권은 분장 없이 통편이다.
이인직(李人稙: 1862-1916)
경기도 이천 출생. 호는 국초(菊初). 도쿄 정치학교 수학. 1906년 <만세보> 주필. 1907년 <만세보>를 매입하여 <대한신문>을 창간. 이후 신파극 운동에 공헌. 그는 우리 근대 문학 운동에 이바지했으며, 고종의 내탕금을 출자 받아 <원각사(圓覺社)>를 창립하여 한국 근대 연극사의 선구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인직은 신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최초로 사실적 산문 문장을 구사하여 신소설 문학을 태동시켰으나, 친일 의식과 반민족 의식을 드러낸 작품을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혈의 누>(1906, <만세보> 연재), <귀의 성>, <은세계>, <치악산>, <모란봉> 등이 있다.